반응형 f r a g m e n t s6 요즘 1. 애플워치를 샀다. 줄질을 하기 위해 워치를 샀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워치용 현대카드 앱에는 결제할 때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아주 귀염뽀짝한 기능이 있다. 2.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를 두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스포티파이를 해지했다. 음악 추천 기능은 아주아주 마음에 들지만 플레이리스트 UI가 정신없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짜증이 난다. 그치만 해지할 때 귀여운 마지막 화면을 보고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3. 나태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나를 지배하곤 한다. 움직이자. 뭐라도 해야 한다. 4. 드디어 장롱면허에서 탈출했다. 밤에 음악 크게 틀고 자유로 타고 한강에 가니까, 막 성공한 커리어 우먼 같고 그렇다. 2023. 10. 16. 그리움 1. 예전에 가르치던 학생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아이들과 있으면 에너지를 얻는다. 별것 아닌 일에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행복 바이러스다. 젊음이 부럽다. 오늘이 내가 살아갈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라지만, 그래도 어려지고 싶다. 지난 날들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긴 하는 걸까. 2. 쉬는 날 집에서 엄마가 사부작거리며 집안일을 하는 걸 보는 게 요즘의 행복이다. 가끔, 엄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이 모습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날이 올 것 같아서. 2023. 5. 30. 요즘의 나에게 와서 박힌 말들 (feat. 이번 생은 처음이라 / 슈룹) 드라마를 보다가 마치 나의 머릿속을 들여다 본 듯 요즘 내 고민과 생각들을 짚어내 뜨끔했던 말들. 니 인생이 나팔관이야? 니 아이덴티티가 고작 자궁이야? 왜 니 자존감을 결혼이랑 맞바꾸냐고! - 9화 - 우리는 언제부터 남들과 다른 색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걸까. 하지만 무엇보다 씁쓸한 건, 나 역시 결혼이라는 까만 코트를 입었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좀더 솔직히 말하면, 좋았다. 무언가에 속한 사람이 되었다는 게. - 9화 - 사실 결혼이라는 거, 사회에서 좋은 방패가 될 때가 있잖아. 안온하고 단단한 방패. 남들한테 묻어가고 싶을 때도 있는 거지. - 13화 -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의 비판은 허장성세에 불과해. - 1화 - 일도 연애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요즘. 세상이 보는 시선에, 남.. 2023. 5. 30. 부정성 1.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 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 2023. 5. 16. 멍청하고 찌질하지만 귀여운 1. 5월 첫 날이 숙취 때문에 통째로 날아갔다. 신나서 술을 잔뜩 마시고는 똥멍청이 같은 일을 무려 세 개나 했다. 그건 기록하지 말아야지. 내가 칠렐레팔렐레 바보라는 건 나만 알아야 하니까. 매년 이런저런 일들로 늘 허덕이며 살아내는 5월인데, 올해는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술이 웬수.. 2. 나의 불안은 늘 열등감과 한 세트로 찾아온다.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그들보다 내가 나아지기를, 적어도 동등해지기를 기대한다. 선망과 갈망의 대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 나는 스스로 땅굴을 파고 끝없이 추락하며 불안덩어리가 된다. 지긋지긋하다. 나의 불안이 나의 찌질함에서 온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그 불안이 찾아오는 시기를 더욱 견딜 수 없다. 3. 딸기라떼에 푸욱 빠져있다. 웬만하면 아메리카노.. 2023. 5. 7. [월간 로그] 2023년 4월 내게 4월은 벚꽃의 계절이었는데, 이제 벚꽃은 3월의 꽃이 되어버렸다. 학창 시절 동안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였는데, 곧 ‘개학’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 그나마 늦게 피었던 우리 동네 벚꽃도 며칠 내내 내리던 비에 눈 깜짝할 새 땅으로 흩어져 하얀 꽃길을 만들었다. 매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벚꽃을 구경하고 올해도 그랬지만, 언제나처럼 꿈에서 본 듯 아련하다. 여리여리한 벚꽃이 지고 나니 이제는 철쭉 같은 형형색색 화려한 꽃들이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열심히 새 생명을 틔우는 자연을 만끽하며 나 또한 생명력을 얻는다. 4월 한 달, 나도 꽤나 열심히 살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한 이파리처럼 봄이면 내 마음도 설레게 돋아났는데, 이제 그런 건 없다. 그 대신 내 마음을 한가득 차지하고 .. 2023. 5. 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