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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ful Days/Appreciating

[책] 파친코 (이민진)

by surene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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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 작가: 이민진
🏷 장르: 한국소설
🎖 별점: ⭐️⭐️⭐️⭐️⭐️

 
파친코 1
“내게 ‘한국인’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래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 ‘한국 독자들에게’ 중에서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까지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절판되었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에게 돌아왔다. 첫 문장(“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새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는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이유를 밝혔다. 작가는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저자
이민진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2.08.05
 
파친코 2
한 세기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파친코》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로,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까지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BBC,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작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회복과 연민에 대한 강력한 이야기”라는 찬사를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절판되었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에게 돌아왔다. 첫 문장(“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으며, 작품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파트(1부 ‘고향’, 2부 ‘모국’, 3부 ‘파친코’)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새 출간을 기념해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는 한국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는 이유를 밝혔다. 작가는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며 한국 독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저자
이민진
출판
인플루엔셜
출판일
2022.08.25

한국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데, 입소문과 유명인들의 추천은 이 책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꼭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알라딘 매장에 가서 새것 같은 중고책을 샀고, 한 달 동안 꽤 푸욱 빠져 읽었다.
솔직히 1권을 읽으면서는 그랬다, 이 책이 왜 그렇게까지 유명한 거야? 재미는 있었지만 다소 상투적인 클리셰의 연속이었고,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chicklit 같은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2권이 정말 좋았다. 문장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아껴 읽었고 가끔 눈물까지 뚝뚝 떨궜다.
이 책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마음에 콕 박혔던 몇 가지 키워드로.
 


#디아스포라 #자이니치

 
<파친코>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디아스포라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리고 그 시대를 향유하는 소위 요즘 애들인지라, 국가와 민족을 그저 개념적으로만 배웠지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자랐다. 사실 월드컵・올림픽이 아니면 대한민국을 외칠 일도 애국가를 부를 일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내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나의 정체성 저 밑바닥 어딘가에서 늘 안전하고 든든한 울타리로 존재했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인식해야 할 필요성조차 없었던 게 아닐까.
미국의 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민족의 정의를 이렇게 제안한다. 민족은 상상의 정치 공동체이다. 본성적으로 제한돼 있으며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된다'. 제일 작은 민족의 구성원일지라도 동포 대부분을 결코 알거나 만나거나 심지어 소식을 듣지도 못하지만, 각자의 마음 속에 동질감이라는 관념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제한돼' 있다고 상상된다. 인구가 10억 명에 달하는 제일 큰 민족이라도 유동적일지언정 한정된 경계가 있고 그 너머에는 다른 민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은 '주권을 지녔다'고 상상된다. 이 개념이 계몽사상과 혁명이 신성하게 부여된 계급적 왕국을 무너뜨린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족은 '공동체'로 상상된다. 각자에게 만연할지 모르는 실제의 불평등과 착취에도 민족은 항상 깊은 수평적 동포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 동포애가 지난 두 세기 동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런 제한된 상상의 산물들을 위해 남을 죽이기보다 가꺼이 자기 목숨을 내던지게 했다. - <파친코 2> p.127

 
그리고, <파친코>는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파친코 1> p.15 -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4대째 '자이니치'로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생존 이야기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 평범한 인생이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하루하루 발버둥치며 살아남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 한국과 일본 그 어디에서도 조국이 주는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고 민족은 오히려 족쇄가 되었던 이방인들의 이야기.

"상관없다." 훈이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상관없어." 중국이 항복하든 대갚음하든, 채소밭에서 잡초를 뽑아야 했고 식구들이 신발을 신고 다니려면 짚신을 삼아야 했고 몇 마리 안 되는 닭을 훔치려고 하는 도둑들을 쫓아야 했다. - <파친코 1> p.30
요셉은 조국이나 대의를 위한 죽음은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살아남는 것과 가족을 지키는 것만이 중요했다. - <파친코 1> p.246
어느 나라에도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유미에게 조선인이라는 것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이나 수치스러운 가족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끔찍한 멍에일 뿐이었다. ... 그렇다고 자신을 결코 사랑해주지 않는 의붓어머니 같은 일본에 붙어사는 것 또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 <파친코 2> p.84
서울에서는 나 같은 사람을 일본 놈이라고 불러. 일본에서는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든,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 더러운 조선인일 뿐이야.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야? - <파친코 2> p.209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자이니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없지.” - <파친코 2> p.347

 


#파친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일본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건 파친코 사업이었다. 사회적 인식과 편견으로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당장 먹고살기 위해,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들은 파친코 사업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파친코는 통제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으면서도 실낱 같은 희망을 기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는 기대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모자수는 고정돼 보이지만 무작위성과 희망의 여지가 남아 있는 파친코를 왜 손님들이 계속 찾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파친코 2> p.80 - 

 
모자수의 형 노아는 여느 자이니치들처럼 파친코 구슬에 인생을 내맡기지 않기 위해 배우고 또 배우며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지만, 야쿠자인 한수가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임을 알고는 마치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듯 파친코에서 일하게 된다. 야쿠자의 피를 물려받은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느꼈던 것일까. 배움의 갈망을 저버린, 미래에 대한 의지를 놓아버린 자신에게 주는 벌이었을까. 노아는 결국, 자신에게 총을 겨눈다. 아마도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고, 또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까지도 용서하지 못하는 삶은, 숨만 쉴 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리라.
 


#사랑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 간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이다. 가난했어도 사랑이라는 유산만큼은 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넘치도록 남겨준 선자의 아버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선자를 순수하게 사랑했던 이삭, 사랑하는 여자 선자와 아들 노아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한수, 두 아들이 세상의 전부였던 선자, 망가지고 무너져내리는 하나의 모든 모습을 사랑했던 솔로몬.
저마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가 오늘을 살아내는 이유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영광의 순간이 되어 반짝이기도 한다.

이 아줌마의 삶에도 평범한 일상 너머에 반짝이는 아름다움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무도 몰라준다고 해도 그것은 사실이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이 항상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 <파친코 2> pp.362~364 -

 

사랑은, 늘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따스함이고,

불구였던 아버지는 남들보다 더 가난하게 자란 어머니를 사랑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하숙집 손님들이 밥을 먹고 나면 세 식구가 밥상 하나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었다. 아버지는 여자들보다 먼저 먹는 법도 없었다. 밥을 먹을 때 아버지는 어머니 그릇에 아버지랑 같은 양의 고기와 생선이 놓여 있는지 확인했다. 여름에는 하루 종일 고기잡이를 하고 나서 또 수박밭을 돌보았다.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수박이어서였다. 겨울마다 새로 튼 솜을 구해 와서 식구들의 겉옷에 넣었고 솜이 부족하면 본인 옷에는 새 속을 넣을 때가 되지 않았다고 우겼다. "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아버지가 있데이." 어머니는 종종 이렇게 말했고 선자는 어머니와 자신을 아끼는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스러워했다. 부잣집 아이가 제 아버지의 그득 쌓인 쌀가마니와 금반지 더미를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파친코 1> p.120
"날마다 흰쌀밥을 먹게 해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주님을 섬기는 사람이 먹고 자고 입는 일에 신경을 쓰면 안 되지만, 혼인을 했으니 선자에게 필요한 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 ”나도 흰쌀밥을 좋아해요.“ 이삭은 먹는 것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 <파친코 1> pp.178~179
가끔은 맛있는 호박 사탕 한 조각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 선자를 미안하게 했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노아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을 사줄 수 없었다. '미안타, 노아야. 미안타' 노아가 죽은 지 11년이 흘렀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파도에 깎여 둥글어지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 - <파친코 2> p.362


온전히 그 사람만을 위해 기도하는 정성이며,

"노아야, 니를 위해 기도했데이. 하나님한테 니를 지켜달라꼬 기도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라서.“ - <파친코 2> p.220
"내가 이따금 자는 척하고 있으면 너희 아버지가 저기 의자에 앉아서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게 보여. 난 하나님을 믿지 않지만 그건 상관없는 것 같아.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솔로몬. ...너희 선자 할머니랑 경희 할머니가 토요일마다 나를 보러 오셔. 그거 알았어? 두 분도 나를 위해 기도해. 예수니 그런 건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플 때 어루만져주는 사람들이 있는 건 신성한 일이야." - <파친코 2> p.348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그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애절함이다.

하나는 누운 채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척했다. 치맛자락을 잡고 무릎을 살짝 구부려서 절하듯이 담요의 한쪽 귀퉁이를 들었다. 가만가만하고 나긋나긋한 움직임에는 장난스러운 희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솔로몬은 이런 사소한 일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 <파친코 2> p.349
가끔 기차역 매점이나 책방 창문 앞에서 어린 시절 노아의 작은 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눈을 감고 노아의 달콤한 풀 향기를 떠올렸고 노아가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았음을 기억했다. 그런 순간에는 노아를 꼭 붙들기 위해서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 ..."노아가 당신이랑 함께 있는지 알고 싶어예." - <파친코 2> pp.362~364


아득하게 그리워 필연적으로 외로운 마음이고,

“엄마한테 그 향기가 나. ...근데 향수 냄새만이 아냐. 엄마가 바르는 크림이랑 화장품 냄새가 다 섞여서 나는 향기야. 그게 무슨 향수인지 궁금해하면서 백화점을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냥 엄마 냄새였어.“ - <파친코 2> p.245
"넌 바보야. ...그래도 넌 나의 바보야.“ 하나에게 놀림을 받으면서 솔로몬은 슬퍼졌다. 벌써부터 하나가 그리워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절절한 외로움을 느낀 기억이 없었다. - <파친코 2> p.347


그 사람의 못난 모습까지도 기꺼이 품고자 하는 신성함이다.

삶에는 모욕당하고 상처받을 일들이 너무 많았고, 에쓰코는 자기 몫을 감당하기에도 벅찼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치욕이 쌓여 있는 처지이면서도 솔로몬의 치욕을 가져다가 자신이 떠안고 싶었다. - <파친코 2> p.238
"그해 봄에, 누나가 떠났을 때 난 죽고 싶었어." 솔로몬이 누구에게도 인정하지 않은 속내를 털어놓고 입을 다물었다. 이따금 그 시절을 잊곤 했지만 하나와 함께 있으니 다시 그 기억이 날카롭고 괴롭게 떠올랐다. ... "내가 계속 있었다면 우린 너무 많이 사랑했을 거야. 난 틀림없이 너에게 상처를 줬을 거고, 있잖아, 난 좋은 사람이 아니고 넌 좋은 사람이야. 넌 나와 함께 있으면 안 돼." - <파친코 2>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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